" async="async"> ', { cookie_domain: 'auto', cookie_flags: 'max-age=0;domain=.tistory.com', cookie_expires: 7 * 24 * 60 * 60 // 7 days, in seconds }); [경제성장의 본질(18)]미 달러 패권 쇠락의 의미
본문 바로가기

세상살이에 필요한 썸, Something/국제동향

[경제성장의 본질(18)]미 달러 패권 쇠락의 의미

 

 

 

 

경제성장의 본질 (18)

미 달러 패권 쇠락의 의미

 

[경제성장의 본질 (18) 미 달러 패권 쇠락의 의미©]by VIVITE LAET

[1] 미국 달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부러움의 시선이 있고, 그동안 과도하게 힘을 쓴 데 따른 시기의 시선도 있다. 부러움으로 미국 달러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러로 대변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부의 원천을 부러워한다. 이에 반해, 시기의 시선은 이제 미국 달러가 힘을 잃을 때가 됐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시선으로 미국 달러를 바라보든, 미국 달러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데는 전반적으로 의견이 일치한다. 그렇다면, 미국 달러가 쇠락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2] (wealth)의 측면에서 미국 달러의 쇠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폐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기능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를 포함해 모든 화폐는교환기능을 가지고 있다. 화폐를 주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단다는 뜻이다. 돈을 주고 스마트폰을 사고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사는 행위, 요금을 내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행위 등이 모두 화폐의 교환기능에 의존한 것들이다. 우리가 흔히돈을 쓴다라고 할 때 하는 행위가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3] 하지만 화폐는 교환기능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부의 축적기능도 가지고 있다. 구매력으로 대표되는 부를 축적하기에는 부피나 교환성 등에서 화폐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화폐로 축적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우리가 돈을 많이 번다거나 은행 계좌에 돈이 많다고 하는 것들이 모두 화폐가 가진 부의 축적기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구매력 높은 화폐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로 교환 가능하기 때문에 화폐의 형태로 부를 쌓아두는 것이다. ‘저축을 한다거나재테크를 한다와 같은 행위들이 바로 화폐가 가진 부의 축적기능을 활용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4]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기축통화의 자리에 오른 미국 달러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달러 역시도 국가간 거래에 사용되는교환기능도 가지고 있었지만, 쌓아두면 나중에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로 교환이 가능한부의 축적기능도 가지고 있었다. 국제 석유시장에서 원유를 구매하려면 달러가 필요했고, 곡물을 사기 위해서도 달러가 필요했다. 유럽산 고가의 핸드백을 수입할 때도 달러가 필요했고, 중국산 장난감을 수입할 때도 달러가 필요했다. 바로 기축통화로써 달러가 가진 교환기능을 활용한 거래들이다.

 

[5] 이에 반해, 미국 달러를 많이 벌어 들이려는 행위들도 함께 일어났다. 달러를 은행에 저축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장 빨리 달러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은 미국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었다. 달러로 대변되는 부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던 나라가 미국이었고, 따라서 미국에 상품을 수출하고 달러를 가져오는 것이 부를 축적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었다. 달러를 이용한 국가 간 거래는달러의 교환기능을 활용한 행위가 되고, 수출로 달러를 모으는 일은달러의 부 축적기능을 활용한 행위가 된다.

 

[6] 교환기능과 부의 축적기능을 가진 화폐를 한 국가 내에서는법정통화라고 하고, 국가 간에는기축통화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법정통화는 한국은행이 발행하는(Won)’이고, 일본의 법정통화는(Yen)’이며 중국의 법정통화는위안(Yuan)’이며 유럽의 법정통화는유로(Euro)’이다. 국가 간 거래에 사용되는 기축통화는 달러 단일 화폐였다가 최근에는 유럽의 유로나 일본의 엔화도 조금씩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달러는 미국 내에서는 법정통화이자 국제적으로는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화폐라고 할 수 있다.

 

[7] 여기까지만 보면, 미국 달러나 일반 화폐나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미국 달러는 여기에 다른 나라들의 화폐가 가지고 있지 못한 한 가지 기능을 더 가지고 있었다. 바로부의 창출기능이다. 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기능이다. , 미국 달러는 새로운 부를 만들어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화폐들이 가지고 있는 교환기능과 부의 축적기능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황금을 예로 들면, 황금이 가지고 있는 구매력이 정해지면 가지고 있는 금의 총량이 부의 총량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를 바탕으로 금으로 물건을 사면 교환기능이 작용하는 것이고, 금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부의 축적기능이 작용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이런 기능 자체가 금의 양을 늘리지는 못한다. , 금을 교환 혹은 축적한다고 금으로 대변되는 부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단지 이미 존재하는 부를 이용하여 교환에 사용하기도 하고 축적하는 데 사용하기도 할 뿐이다.

 

[8] 하지만 미국 달러는 교환 및 부의 축적 기능 외에도, 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쉽게 이야기하면, 미국 달러는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을 부자로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이전보다 더 많은 나라들을 부자 나라로 만들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단순히 교환 및 부의 축적기능만으로는 할 수 없는 기능들이다. 부의 총량이 고정된 상황에서 아무리 교환을 많이 하고 개인적으로 축적을 많이 해도,  그것은 다른 사람 혹은 다른 나라의 것을 가지고 온 것일 뿐 새롭게 부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그런데 미국 달러는 새로운 부를 만들어냈다.

 

이전의 기축통화나 어떤 화폐들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기능이었다. 미국은 스스로 부를 창출해낼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침범해 자원을 약탈하거나 식민지를 만들어 식민지 국민들을 수탈할 필요도 없었다. 부를 스스로 만들 수 있었으므로 다른 나라로부터 부를 빼앗아오지 않더라도 스스로 부자 국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9] 일반적으로 물건을 팔든 일을 해주든, 부잣집에 물건을 팔고 일을 해주는 것이 돈을 버는 지름길이다. 박경리 씨가 쓴토지라는 소설을 보더라도 모두가 최 참판이라고 하는 그 동네 최대 부잣집을 중심으로 모든 일이 진행되고 이루어진다. 모두가 최 참판 네 집에 와 일을 하고 물건을 판다. 그러면 최 참판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를 활용하여 자신의 집에서 일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부의 일부를 나눠준다. 하지만 최 참판이 부를 새롭게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최 참판이 이전보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인근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부를 가져오거나 빼앗아와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뿐이다.

 

혹 최 참판이 아주 선한 사람이어서 동네 사람들을 이전보다 잘 살게 해주고 싶다고 할 때 최 참판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부를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뿐이다. 만약 동네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오면 최 참판 스스로는 이전보다 더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되지만 동네 사람들이 이전보다 가난해지고, 최 참판이 자신의 부를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동네 사람들의 삶은 이전보다 개선되지만 최 참판 자신은 이전보다 가난해지게 된다.

 

[10] 국제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돈이 많은 부자나라였고, 따라서 미국으로 상품을 수출해야 미국이 가지고 있던 부를 가져와 부자 나라가 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상품을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을 하는 만큼 미국이 가지고 있던 부가 외부에 빠져나갔을 것이고, 그에 따라 미국은 이전보다 부가 축소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경상수지 적자가 수십 년간 누적된 지금쯤, 아니 이미 오래 전에 미국은 가난한 국가의 하나로 전락했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부자 나라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미국이 스스로 부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최 참판이 미국처럼 스스로 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면, 최 참판의 재산이 줄어들지 않으면서도 동네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길이 있었을 것이다. 최 참판의 자산도 늘어나고 동네 사람들의 재산도 늘어날 수 있는 길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 참판은 그런 기능을 할 수 없었고, 그에 따라 동네 사람들과 일종의제로섬 게임(zero sum game)’을 벌여야 했다. 만약 미국이 부를 창출해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미국 역시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부를 두고 경쟁했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스스로 부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11] 미국 달러의 쇠락이 가지는 의미도 이 두 가지 기능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가 간 거래에 사용되는 화폐로써의 기축통화의 역할, 그리고 부의 창출기능이다. 국가 간 거래 등에 사용되는 기축통화로써의 역할은 달러의 역할이 축소되면 얼마든지 다른 화폐로 대체가 가능하다위안화가 일정 부분 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유로화나 엔화도 일정 부분 기축통화로써의 기능을 할 수 있다. 필요하면 SDR과 같은 제3의 화폐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가령, 중국의 위안화를 금과 같이 뭔가 가치 있으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어떤 것과 연계시키면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따라서 달러가 가진 기능 가운데 기축통화로써의 역할은 축소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12] 문제는 달러가 가지고 있던 두 번째 기능, 즉 부의 창출기능이다. 이 기능은 엔화가 대체할 수도 없고, 위안화가 대체할 수도 없으며 유로화가 대신 할 수 있는 기능도 아니다. 부는 단순히 화폐가 발행된다고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가 새로운 부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현대의 경제성장에 가장 기본적이자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에너지원인 석유를 달러 단일 화폐로만 결제하도록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계경제가 성장하면서 석유 소비가 급증했고, 이것은 다시 달러에 대한 수요를 빠르게 늘어나게 만듦으로써  달러의 구매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달러를 새롭게 발행을 해도 그렇게 발행된 달러 역시도 이전에 발행된 달러와 유사한 구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달러의 구매력이 늘어나면서 세계의 부 역시도 빠르게 늘어났다. 달러가 가진 부의 창출기능이단순히 달러를 발행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13] 석유를 기반으로 한 1970년 후반 이후의 미국 달러는 기존의 기축통화와는 성격이 많이 달랐다. 왜냐하면, 이 때의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의 기능과 부의 창출 기능,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기축통화들이 기축통화국이 가지고 있는 부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것이었다면, 1970년대 이후의 미국 달러는, 달러 자체가 기축통화이자 부() 그 자체였다. 금본위제 아래에서의 달러는 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증서의 일종이었다. 따라서 실제 부는 금이었고,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야만 실제 부를 내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석유 수요에 기반한 달러는 달러 자체가 ()이자 기축통화였고, 실제의 부로 교환하기 위한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었다. 그만큼 1970년대 후반 이후의 미국 달러는 특별했다. 유로화나 엔화 위안화 모두 이런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더욱이 석유 거래가 이들 화폐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있다. 설령, 석유 결제가 이들 화폐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석유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미국 달러를 이들 화폐로 대체하더라도 세계적인 부의 축소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14] 미 달러의 구매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세계의 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좀더 쉽게 이야기하면, 지금 세계 전체가 가난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접적으로는 우리들 주머니 속의 돈이 줄어들고 있고, 우리가 쓸 돈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액면 가치가 줄어들지 않았다면, 구매력이 줄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부가 줄어든다는 것은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부유함 그리고 풍족함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을 하든, 사업을 하든, 장사를 하든, 우리가 벌 수 있는 돈도, 그 돈이 가지고 있던 구매력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계 모든 나라가, 그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계속 가난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15] 부의 축소는 사람들에게서 각종 기회도 빼앗아간다. 어린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빈곤에 직면해야 하고, 청소년은 교육 받을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고, 청년층은 어떤 대학을 졸업하고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와 무관하게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게 되고, 장년층은 개인의 능력과 나이와 무관하게 직장에서 나와야 하고, 노년층은 국가의 보장이나 자녀들로부터의 부양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면서 고독사할 가능성이 급증하게 된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매출 감소로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야 하고,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손님들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국가는 세수 감소로 국민들에 대한 지원을 줄여야 하고, 지자체는 가장 기초적인 생활서비스(쓰레기 처리, 가로등, 소방 등)를 줄여야 한다. 모두 부가 축소되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16] 지금의 달러의 쇠락을 단순히 달러가 가지고 있던 기축통화 기능의 축소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달러의 쇠락은 그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미 달러가 누렸던 패권의 부작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미 달러 패권은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풍요로움과 부유함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는다. 그리고 미 달러 패권의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미 달러 패권의 쇠락은 기축통화로써의 달러의 쇠락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미 달러가 가져왔던 풍요로움도 동시에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축통화 기능이야 다른 화폐로 얼마든지 대체 가능하지만, 부의 창출기능은 대체할 만한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고 큰 구조적인 변화의 입구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17] 달러의 쇠락과 관련해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달러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5-6년 내에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이라는제국(empire)’이 이전보다 힘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보다도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고 여전히 가장 힘이 센 나라이다. 아직까지 미국에 대적할 만한 국가가 없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부를 만들어 세계를 경영했던 나라이다. 그런 나라가 몇 개월 혹은 수년 내에 몰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론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수십 년 혹은 그 이상 계속 갈 수도 있다. 로마제국이, 그리고 대영제국이 몇 년만에 무너져내리지 않았다. 제국이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몇 년만에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미국은 로마제국처럼 외세의 침략을 받을 가능성도 별로 없고, 영국처럼 큰 전쟁에 직접 휘말릴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미국 달러가 몇 개월 혹은 몇 년 내에 무너져내릴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현재로써는 과도한 예측이라고 할 수 있다.

 

[18] 달러가 위태롭다고 판단된다면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도 있고, 일부 지역에서 전쟁을 유도할 수도 있다. 또는 일부 국가에서 자본을 회수하면서 외환위기를 겪게 할 수도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는 다시 늘어나게 되고 달러는 일정 기간 힘을 다시 얻을 수 있다. 미국 달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냥 달러가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리는 없다. 따라서 달러 패권이 쇠락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단기간에 판가름 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달러 쇠락에 대비하려고 한다면, 아주 긴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19] 두 번째 많이 하는 오해가 달러의 쇠락이 곧바로 달러의 힘의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이런 오해는 달러가 가진 구매력이 축소된다는 점과 달러의 기능이 약화된다는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데서 나타난 오해이다. 달러의 구매력 축소는 무엇인가를 살 수 있는 힘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제 거래량의 축소로 나타난다. 수입과 수출이 줄고, 시장에서 물건이 귀해지는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기축통화로써의 역할인 교환 및 부의 축적기능은 달러와 다른 화폐와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진다. 현재까지 미국 달러를 대체할 만한 화폐는 없다. 달러가 여러 가지 화폐 가운데 여전히 힘이 가장 센 화폐라는 뜻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달러의 구매력이 줄어들면 달러의 힘이 약해질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달러의 구매력이 축소되는 것과 달러의 힘이 약해지는 것은 별로 관계가 없다.

 

[20] 세 번째 오해는 부의 축소로 모든 사람들이 가난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부가 축소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부를 빼앗기는 순서는 일정치 않다. 부의 축소는, 부를 가장 많이 가진 사람 것부터가 아니라 가장 적게 가진 사람 것부터 빼앗아가는 경향이 있다. 부의 축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 부자가 가난해지는 것보다 가난한 사람이 이전보다 더 가난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빈곤화와 더불어 중산층의 몰락도 시작된다. 양극화가 극도로 심해지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불황은 거의 항상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주었을 뿐 가난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는 않았다. 맨 아래층인 가난한 사람들이 무너지고 나면 바로 위의 중산층이 무너지고, 그래도 빈곤화가 멈추지 않으면 다시 부자 가운데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이 무너진다. 그리고 이들이 내놓은 자산은 부자들의 손으로 들어가면서 부자는 부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일반적으로 부의 축소는 부자들에게 기회를 많이 줄 뿐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21] 그렇다면 부의 축소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석유 소비량이 늘어나 석유 결제에 쓰이는 달러의 양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이미 경제성장 둔화로 석유 소비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역전시키기는 쉽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석유를 매입해 저장하는 방식으로 일시적으로 석유 수요를 늘릴 수 있지만,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석유 소비를 기반으로 한 부의 확대 메커니즘은 더 이상 유효한 전략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22] 하지만 석유에 의존했던 것보다 더 큰 부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면, 세계경제는 침체 없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도 있다. 대신 그런 대체재는 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용해야만 하는 어떤 것이어야 한다. 가령, 숨 쉬는 공기나 물 등을 달러로만 결제해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반대와 엄청난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석유 결제를 달러 하나로 하는 것도 여러 가지 정치적인 반대가 심했고, 실현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따랐다. 그런데 공기가 물처럼 보편적이고 세계 어디에나 있는 것을 대상으로 부의 확장을 꾀하기는 쉽지 않다.

 

[23] 현재로써는 부가 축소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부의 축소를 받아들이고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름대로 대비하는 것이 개인이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이다. 지금 세계의 부는 대공황이 발생했던 1930년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있다. 따라서 이런 부의 축소가 가져올 여파 또한 대공황과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클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수많은 개인들이 비극을 맞게 될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왜 가난한지, 왜 노력해도 안 되는지, 왜 내가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왜 내게 이런 불행이 찾아온 것이지 등을 전혀 모른 채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며 자신의 인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길거리에서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겪어야 할 일들이다.

 

[24] 상황을 안다고 극복해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알더라도 불황이라는 파도에 흽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안다면 모든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 혹은 절대신이 자신에게 주는 시련인냥 생각하며 한탄하며 지내지 않을 수는 있다. 달러의 쇠락, 그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최초 작성: 2014. 08. 10]

[1차 수정: 2014. 08. 30]

[2차 수정: 2014. 09. 05]

[3차 수정: 2014. 10. 29]

[4차 수정: 2015. 01. 28]

[5차 수정: 2017. 01. 09]